07
02

진행
‘지난 ●일 새벽 정의구역 니세포르구에 위치한 문화예술관의 지하 3층의 일부 천장 면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공간 안쪽에 고립됐던 5명 모두 가벼운 부상만을 입었으며 이날 오전 전원 구출되었다.’


진행
01:: 우수(雨水)


진행
사건이 보도된 지도 어느덧 반나절이 지났다. 병원 앞은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모를 사람들로 붐볐다.


진행
인파 사이로 아마도 신전에서 파견되었을 신관과 보안관, 병원 경비원들이 입구 근처의 사람을 정렬시켰다. 내원하는 사람들을 위함이었다.


진행
안토니오는 그 사람들 사이에 섞여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진행
병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모두 방문목적을 묻고 확인 과정까지 거치는 것으로 보아 기자의 출입을 제한하려는 목적도 있음을 알았다.


진행
덕분에 병원 밖과는 대비되게 내부는 전혀 복잡스럽지 않았다. 입원실까지 향하는 동안 주변은 점점 더 조용해졌다.


진행
긴 복도는 조용했다. 근무 중인 간호사가 몇 명 있었으나 그들의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진행
안토니오는 한 입원실 앞에 섰다. 문 옆으로 ‘해나 시클라멘’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진행
똑똑, 짧게 노크를 하자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는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문을 열었다.


리나 제인
오? 안녕하세요-


진행
입원실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먼저 인사를 한 사람과는 초면이었다.


리나 제인
해나 약혼자분이세요?


안토니오
그렇습니다.


리나 제인
아~ 저 해나 친구예요. 심심해서 수다 떨려고 잠깐 들렀어요~ 먼저 갈게요!


안토니오
...


진행
그녀는 손을 흔들며 안토니오를 스쳐 지나갔다. 코너를 돌아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잠깐 안토니오는 그녀를 가만히 지켜봤다.


해나 시클라멘
왜 그래요?


안토니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치신 곳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


해나 시클라멘
괜찮아요. 몸 쓰는 데 전혀 지장 없대요.


안토니오
무슨 일 있었습니까?


해나 시클라멘
네? 아.


진행
그제야 해나는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뜯던 것을 멈추고 양손을 탁탁 털었다.


해나 시클라멘
신경 쓰이는 게 생겨서...이건 됐어요. 혼자 좀 더 고민해 볼게요. 하고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얘기해도 될까요?


진행
입원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라운지. 복도와 마찬가지로 인적이 없고 조용하다. 일부러 층 전체를 따로 비워둔 것처럼 보인다.


진행
날씨가 많이 풀렸으나 여전히 늦겨울 바람이 매서운 계절이다. 창밖의 나뭇가지가 다소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해나 시클라멘
저 그거 또 봤어요.


안토니오
그 안에서요?


해나 시클라멘
네. 평소랑 좀 다른 모습이긴 했는데,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안토니오
정확히 어느 시점에 보셨습니까?


해나 시클라멘
천장 무너진 직후, 그리고 구조 되기 전에... 아, 정신 없을 때니까 착각일 수도 있겠어요...


안토니오
아닙니다. 같이 계셨던 친구분들 영향도 있을 수 있고요. 직접 들어가본 건 아니라 확신은 못 드리겠지만.


해나 시클라멘
그, 지금 조사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만약에 제가 본 거랑 관련이 있으면 어떡해요? 그건 경찰 쪽에서도 안 믿어줄 텐데.


안토니오
테러 같은 것보단 그쪽이 나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고 해도 외부에 보도된 사건이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맺게 되어 있습니다.


진행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해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해나 시클라멘
들은 게 있거든요...


안토니오
말씀하세요.


해나 시클라멘
큰 의미는 없는 말일 수도 있어요.


안토니오
그래도 괜찮습니다.


진행
해나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말을 고르는 듯 보였다.


진행
찰나의 시간을 지나 이내 결심한 듯 시선을 안토니오에게 맞췄다.


해나 시클라멘
이번 사고에 저희 어머니는 관계 없다고...


안토니오
누가 한 말입니까?


해나 시클라멘
아...


애셔 브라이트
해나 시클라멘 씨 맞으십니까.


애셔 브라이트
...어라, 이게 누구야. 아는 얼굴이 있네.


진행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오랜만이라 목소리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가 말했듯 안토니오에겐 익숙한 얼굴이었다.


진행
그의 손에는 검사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들려있었다. 그의 뒤로 한 팀으로 보이는 두어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해나 시클라멘
제가 해나 시클라멘인데, 무슨 일이세요?


애셔 브라이트
아차. 문화예술관 사건 조사로 나왔습니다. 잠시 시간 내주시겠어요?


해나 시클라멘
아, 네. 알겠어요.


진행
해나가 슬쩍 안토니오를 쳐다봤다. 그는 다녀오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진행
조사팀과 해나가 떠난 라운지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애셔 브라이트
어쩐 일이야? 친척?은 아닐 거고.


안토니오
약혼자.


애셔 브라이트
뭐? 아니, 오... 그거 이렇게 말해줘도 돼?


안토니오
이 상황에 숨겨봐야 의심 받기만 좋아지겠지. 어디 가서 말할 것도 아니잖아.


애셔 브라이트
으응, 여전하구나. 의외긴 한데, 집안일도 여전한가봐.


안토니오
그래...


애셔 브라이트
아쉽네~ 이렇게 된 거 협조나 해달라고 하려했지.


안토니오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진행
애셔는 의외라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아카데미 동기였던 것도 벌써 이십 년은 된 일이었지만,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온 경우는 기억에 없다.


진행
시간이 그만큼 지났으면 사람이 변할 만도 하겠지만서도, 한 편으로는 원하는 바가 따로 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진행
애셔 브라이트는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애셔 브라이트
처음부터 내 담당 사건은 아니라서. 음, 아직 조사가 끝난 건 아닌데, 이상한 게 많거든? 단서 간의 연관성도 영 보이질 않네.


안토니오
중심점이 빠졌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가.


애셔 브라이트
예를 들면?


안토니오
불가능해서 제외 시켰던 게 사실 가능한 일이었던 것.


애셔 브라이트
그건 증명이 되는 걸...


진행
애셔가 말을 멈췄다. 순간 머릿속에 모르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진행
기억의 흐름에 따라 배경을 살핀다. 아카데미 시절, 수업 중? 아니다. 정규 수업의 일이 아니다.


진행
몇 년을 아카데미 안에서 보냈다. 아직까지도 내부 시설 정도는 기억해 낼 수 있다. 지금 머릿속에 그려진 곳은 아니다. 낯선 공간이지만 그곳이 아카데미 내부라는 확신만 있다.


애셔 브라이트
옛날에 얘기하던 거 기억나?


안토니오
어떤 거.


애셔 브라이트
뭐, 토론 비슷한 거, 저주에 의한 살인죄는 성립되는가 같은 주제 꺼냈던 사람이...


안토니오
■■■■ ■■


애셔 브라이트
어, 맞아.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이름 들으니까 좀 기억난다, 그래. 그땐 별 가정을 다 해봤었는데. 나이 먹고 머리도 굳었나...


애셔 브라이트
어쨌든 도움이 됐어. 세세한 걸 다 기억하네


안토니오
그런가...


진행
한창의 조사로 조용하던 라운지와 복도에 기척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진행
수사팀원 일부는 내용을 기록하거나 회의를 가졌고, 또 일부는 라운지로 다가왔다. 애셔와 안토니오의 대화는 자연스레 끝났다


진행
안토니오는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받을 수 없다. 자세한 사건 내용을 듣지 못해도 몇 가지 정황으로 추측할 수는 있다.


진행
국가수사본부가 비공개 지시를 내리는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늘 그래왔듯이, 이 사건은 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결말로 향할 것이다.


진행
**


진행
이른 봄을 맞이하여 한동안 조용하던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진행
몇 년 만에 이루어진 축제였지만 머릿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사망자보다 마을을 나간 사람 수가 더 많았다.


진행
규모가 줄었음에도 축제는 축제다. 마을 광장의 시계탑 아래엔 이미 크고 작은 장식을 달아 꾸며두었고, 필요한 악기 설치도 모두 완료된 후다.


진행
한껏 들뜬 분위기의 광장과는 달리 대기실 안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진행
이따금 밖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 사이로 조용히 대화가 오갔다.


제사장
동생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야?


하나비
지났어요.


제사장
안 갔어?


하나비
그 멀리까지 언제 다녀와요? 가까워도 안 갔겠지만.


제사장
가출한 것 치곤 연락을 자주 하길래 친한 줄 알았더니.


하나비
상대가 신원 증명도 해줬대요, 이제 돌아올 일 없다는 거지.


제사장
아. 뭐, 개인 신분증? 그런 거? 출생신고도 안 했는데 해주는구나. 잘 사는 집으로 갔나봐.


하나비
요즘 그거 없으면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애들이 말해줬어요. 하고싶은 게 확실하니 그래야 했겠죠.


하나비
근데 준비 안 하고 뭐 하세요?


제사장
어떻게 하는지 다~ 잊어버렸네~


하나비
안 믿어요. 옷도 다 입어놓고.


제사장
이제 농담도 안 받아주고~...


진행
쉬지 않고 움직이던 하나비와 다르게 느긋하게 앉아 있던 제사장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보다 두껍고 무게감 있는 옷 때문에 움직임이 한층 더 느렸다.


진행
그녀는 커다란 상자 안에서 능숙하게 필요한 물건을 골라내 한 손에 차곡차곡 쌓았다.


제사장
몇 번이고 말했지만 이거 그다지 효율 좋은 활동은 아니야.


하나비
효율로 하는 행사 아니라고도 말했었죠?


제사장
이정도 품이면 너가 나갔어도 신관 하나쯤은 잡았을 걸.


진행
대화를 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던 하나비의 손이 멈췄다. 하나비는 양손에 들고 옮기던 물건을 내려두고 제사장을 향해 돌아봤다.


하나비
안 그럴 건데요.


제사장
알아. 말이 그렇단 거지, 미아가 크면 대신 해줄 거야.


하나비
보호자 자격 뺏어야 해 진짜...


제사장
응~ 대신 키워줘~


진행
바깥에서 쨍한 악기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진행
제사장이 환히 웃으며 밖으로 향했다. 하나비는 고개를 절레이며 조금 느린 발걸음으로 뒤를 따라갔다.


진행
문까지 단 세 걸음을 남긴 때에 제사장이 멈춰섰다.


제사장
죽음이란 뭘까? 생명체의 숨이 사라지는 것?


하나비
...?


제사장
내 기준으론 기억의 연속성이 사라지는 걸 뜻해. 자신이 누구였고, 뭘 하고 있었는지를 잃어버릴 때, 그 사람은 죽은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지.


제사장
사람들이 치매 같은 기억을 손상시키는 병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


제사장
의식이 있는 인간에게 죽음이란 나라는 존재가 살아온 역사, 그 연속된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가깝단 거지.


하나비
누구한테 말하는 거예요?


제사장
너.


하나비
뜬금없이 무슨...


제사장
우린 인원도 적고 힘으로도 못 이겨. 똑같은 조건은 시간뿐이야. 그건 유일하고, 다행스럽게도 충분한 무기지.


진행
제사장이 문을 열었다.
조명이 내리쬐고 큰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제사장
행사는 오늘이 마지막이야.


진행
하나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제사장은 태연히 웃으며 광장으로 걸어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진행
제사장은 능숙하게 제자리를 찾아 걸어갔다. 가까이 있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여유마저 있었다.


진행
하나비도 그 뒤를 따랐다.


진행
그 말의 저의를 묻는 일은 해야 할 일을 마친 후에도 괜찮을 것이다.


진행
지나는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눈다.


진행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일정한 속도로, 모든 행동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진행
광장에는 약간의 단차를 둔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진행
제사장이 손에 든 서적을 펼쳐서 천천히 읊기 시작했다.


진행
그의 목소리가 낮고 깊게 울리며, 음악 소리와 함께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진행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하나비는 몸을 움직였다.


진행
그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의식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진행
팔과 다리가 공기를 가르며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발끝에서 시작한 움직임이 허리를 거쳐 손끝까지 전해졌다.


진행
땅을 가볍게 밟으며, 시선을 하늘로 올리고, 그녀의 손은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하늘을 향해 뻗는다.


진행
마을 사람들은 번영을 기원하는 소망, 축복이 담긴 의식에 완전히 몰두해 숨을 삼켰다.


진행
춤을 추던 하나비마저 잠시 미루어뒀던 생각을 잊을 정도로.


진행
그로부터 얼마 뒤, 마을 외부에서 제사장은 사망한다.


진행
사망을 증명할 것 어느 하나 남지 않았으나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마을 대표는 공석인 채로, 하나비는 임시 대표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진행
진동을 내며 공연장을 채운 음악소리가 멎었다.


진행
아주 잠깐동안 공기가 멈췄다가, 이어 음악소리보다 큰 박수갈채가 공연장을 울린다.


진행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하게 내리쬐던 조명이 서서히 존재감을 지우기 시작했다.


해나 시클라멘
...


진행
문화예술관에서 발생한 사고로 공연은 무기한 연기됐다.


진행
시공사의 문제로 결론이 난 후 붕괴된 현장의 재보수가 이루어졌다. 안전 검사는 평소의 세배의 인력으로 진행됐다.


진행
신전에서 유달리 더 신경 쓰는 것이 대놓고 느껴질 정도였다.


진행
당시 사고에 휘말린 인원을 대상으로 참가 여부를 재차 물었으나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진행
공연장이 제모습을 찾은 후, 미뤄졌던 공연은 나흘간 진행됐다.


진행
오늘은 그 마지막 공연 날이다.


진행
이전 이틀은 물론, 마지막 공연도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진행
세상이 흐려지는 기이한 감각이 들었다.


진행
처음 해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신을 오랜 시간 괴롭혀온 환각의 일종일 것임에.


진행
그것은 불특정한 주기로 찾아왔고 한 때 고질적인 문제로 여겼으나, 춤을 출 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행
마지막 자세를 취하고, 서서히 어두워지는 무대 위로 박수 소리가 날아든다.


진행
조명이 완전히 꺼지기 직전, 시선 끝자락에 얼핏 보인 것은 지금껏 보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진행
[몇 달 전, 정의구역 병원]


해나 시클라멘
무슨 일 있어?


리나 제인
아니~ 누워만 있으려니까 심심하네~


진행
두 사람은 병실 침대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
이야기의 주제는 병원에 도착했던 때부터, 사고가 있던 날, 점차 거슬러 올라가 십여 년 전 학생이었던 때까지 다다랐다.


진행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떠들다 그 열기가 가라앉아 갈 쯤이었다.


리나 제인
그거 알아? 나 너희 어머니 아니었으면 졸업까지 못 했을 거야.


진행
문화예술관은 시클라멘의 기부금으로 지어졌다. 시클라멘의 이름을 딴 행사와 장학금도 존재하는 마당에 이상한 소리도 아니지만, 리나 제인은 단 한 번도 공식 행사에 이름이 오른 적도 없다.


해나 시클라멘
갑자기 그건 왜..?


리나 제인
그냥 감사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거든. 그러니까 어제 사고도 너희 어머니랑 관계 없는 일이야.


진행
똑똑.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말도 못 하던 해나를 대신하여 리나가 답했고, 문이 열렸다.


리나 제인
오? 안녕하세요-


진행
**


진행
모두가 떠난 공연장이다. 딱 어둡지 않은 정도의 불빛만이 남아있다.


해나 시클라멘
나만 본 거 아니죠?


안토니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해나 시클라멘
이제 다 말해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알고는 있었어요?


안토니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네.


진행
주어가 없는 물음임에도 명확한 답이 돌아왔다.


진행
텅 빈 무대 위를 감상하듯 천천히 걷던 해나는 무대 한가운데에 멈춰서서,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무대 한구석을 가만히 응시했다.


해나 시클라멘
당신이 아니라고 말해줬지만, 지금까지 쭉 환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불치병 같은 거라고 믿었거든요...미안하지만 이제와서야 제대로 이해했어요.


안토니오
괜찮습니다.


해나 시클라멘
살아있어요?


안토니오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아닙니다.


해나 시클라멘
네, 그래요. 됐어요. 진짜로... 이제 여길 떠날 마음이 들었어요.


안토니오
더 있으셔도 괜찮은데요.


해나 시클라멘
이제 미룰 이유도 없어요. 당장 발레 그만둘 것도 아니거든요.


진행
멀리서 정각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들려온다.


진행
영원한 작별 인사를 끝으로 무대 위에 더 이상 환각은 없다.


진행
관객이 모두 떠난 무대의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진행
01::우수(雨水) 종료


진행
수고하셧슴니다,,,,,,,,,,,,,,,,,,,


'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427 하지(夏至) 1  (0) 2025.07.02
241011 동지(冬至)  (0) 2025.07.02
0204 눈 온 뒤 맑음!  (0) 2025.02.05
0203 눈 온 뒤 맑음!  (0) 2025.02.04
0202 눈 온 뒤 맑음!  (0) 2025.02.04
COMMENT